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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는 지하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18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에서 <신성한 나무의 씨앗> 촬영 중 징역형을 받았다. 8년형이 확정된 후 그는 감옥에 가는 대신 이란을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감독과 일부 배우들은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입성했지만, 미처 이란을 빠져나오지 못한 배우들은 사진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화제가 됐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아버지와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어머니와 두 딸의 대립을 그린다.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를 찍는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징역형, 여권 몰수, 출국 금지를 당한 바 있는 감독은 비밀리에 이 영화를 완성하고 올해 칸영화제 특별각본상을 받았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스토리로 화제가 된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어 부산을 찾았다. 심사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시간을 내어준 그와 이른 오전에 만나 그간의 지난한 여정에 대해 들었다.



-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심사위원장이다. 한국 영화제의 심사를 수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심사위원단을 이끄는 사람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뉴커런츠 섹션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영화언어를 보여주는 젊은 감독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 보여주는 문화적 디테일과 비전이 무척 흥미롭다. 심사위원도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다. 심사위원들이 각자 제시한 시각을 잘 혼합하고 조율해 훌륭한 선택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란 정부, 이슬람 공화국의 억압과 가부장제가 맞물려 진행되는 영화다.

국민이 억압적 정권하에 살고 있을 때, 사회의 다양한 작은 일부, 즉 가족이나 작은 커뮤니티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억압적이고 국민에 압력을 가하는 사회일수록 그것은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 감옥에서 복역하는 동안 이 영화의 스토리를 떠올렸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영감을 받았나.

15년 동안 정부의 감시와 검열을 받았다. 책상에 앉아 조사를 받으면서 나를 감시하는 조사관들의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것이 어떻게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런 사람들과 소통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2년 전 감독으로 있을 때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그때 어떤 사연을 가진 남자를 만났다. 그는 수감자들을 감시하는 자리에 있었음에도 나 같은 사람들이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때때로 자살을 생각했고, 가족은 그에게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정확히 당신이 하는 일이 뭐야?” 하고 물었다. 그의 이야기가 영화의 재료가 됐다.

- 이란 당국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극소수 스태프와 전문 장비 없이 영화를 촬영했다고 들었다.

우리는 지하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지 주시하는 정부의 감시를 받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제작 현장에서처럼 촬영을 진행할 수 없었다. 우리는 소형 카메라 같은 최소한의 장비만을 갖고 소수 인원으로 움직이며 서로 주의를 기울였다. 아마 누군가가 목격해도 학생들이 만드는 영화 현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2022년 실제 이란 시위 장면을 찍은 영상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직접 촬영한 것인가.

이란에서 시위가 벌어지면 정부는 언론매체가 시위대의 모습을 촬영할 수 없게 막는다. 따라서 시위를 알리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모바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SNS의 이미지를 활용해야만 했다. 영화에 나오는 영상을 누가 찍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우리도 언제나 알 수 없었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가족의 이야기이며, 주인공의 집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이미지를 활용해야만 했다.

-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어떻게 섭외했나. 그들은 스크린에 얼굴이 노출되어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나.

‘여성, 생명, 자유’라는 슬로건 아래 히잡 관련 시위가 한창일 때 나는 감옥에 있었다. 많은 영화인이 친정부 성향의 영화에 참여하지 않고 시위대 편에 서서 검열에 반대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 강하다. 그들은 히잡을 쓰고 카메라 앞에 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덕분에 정부의 눈을 피해 몰래 찍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 같은 작업에 뛰어들 스태프와 배우를 구하는 건 이전보다 더 쉬워졌다. 그들은 이란 사람들의 실제 삶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의 일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물론 촬영 이후 그들은 압박을 받고 있지만 기꺼이 영화제작이 곧 삶의 일부가 되는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 칸영화제에 오지 못한 배우들이 있었다. 지금 그들의 상황은 어떤가.

칸영화제 이후의 근황도 알고 있다. 법원에 소환됐지만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앞으로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판결을 기다리는 일이 무척 고통스럽다.

-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촬영하던 중 새로운 징역형이 확정됐고, 극적으로 이란을 탈출해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감옥에 갈 것인지, 아니면 이란을 탈출할 것인지 기로에서 후자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란 당국의 억압을 고발하는 예술가로서 어떻게든 조국에 발을 붙이는 쪽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 그 결정은 영화를 촬영할 때 내린 것이 아니다. 나는 감옥에 수감됐을 때 이곳에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다. 감옥에 있는 나는 검열의 피해자였다. 하지만 나는 피해자로 존재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 무언가 행동하고 싶었다.

- 당신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 자국의 상황을 고발하는 데 있나. 당신의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어떻게 미학적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네마’다. 가장 먼저 연출에 집중하고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은 그다음이다. 다만 영화언어와 미학이 중요한 만큼 우리는 실제 사회에 존재하는 정치적 이야기의 그림자를 다룰 수밖에 없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만들면서 영화언어와 미학을 위한 고민이 정치 문제와 함께 성취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올해 5월 이란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당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고, 개혁파에 해당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란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을까.

근본적인 체제는 대통령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아주 작은 부분이 변화하면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사실 이란 국민은 정부와 무관하게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란이 전세계 천연자원의 9%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자원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들은 국가가 그들의 사회적 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영원히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찍게 될 것 같은가.

이란 정권이 바뀐 뒤 40년이 흐르고, 이란 밖에 사는 이란인들은 서로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같은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 지금은 이란에 관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리적 의미의 이란이 아닌 문화적 의미의 이란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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